[사진]아마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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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마존이 이 회사 프라임 회원들만 볼 수 있는 독점 콘텐츠로 제작한 과학소설(SF) TV 드라마 '높은 성의 사나이'(The Man in the High Castle)가 현지에서 호평을 받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드라마의 원작이 된 1962년작 동명 소설은 영화 '토털 리콜', '마이너리티 리포트', '블레이드 러너' 등과 마찬가지로 SF의 거장인 필립 킨드레드 딕(1928∼1982)이 쓴 것이다. 그는 이 소설로 1963년 SF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 중 하나인 휴고상을 받았다.

드라마의 제작총괄은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 메가폰을 잡았던 리들리 스콧과 'X-파일'의 각본과 감독을 담당했던 프랭크 스포니츠 등이 맡았다.

드라마 '높은 성의 사나이'는 소설의 기본 설정을 이어받았고 주요 인물들의 이름과 일부 배경·장면을 재활용했지만 전체 플롯은 원작과 별개인 새 창작물이다.

소설과 드라마 모두 미국 등 연합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해 1947년에 항복하고 나치 독일과 대일본 제국에 점령된 후 세 조각으로 분단됐다는 가상 역사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대체역사(alternate history)물이다.

드라마에서 미국의 로키산맥 동쪽은 나치 독일이 점령해 '대(大) 나치 제국(Das Grosse Nazi Reich)'의 일부가 됐으며, 로키산맥 서쪽은 일본이 점령해 '재패니스 퍼시픽 스테이츠'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그 사이 로키산맥 지대에는 중립 완충지대가 있다.

1962년 나치 독일과 군국주의 일본은 세계의 양대 강대국으로 냉전을 벌이고 있으며, 이 와중에 드라마 속 현실과 반대로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 등 연합군이 승리하는 모습을 담은 '불온 영화'들이 비밀리에 나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나치 친위대(SS)와 일제 헌병대뿐만 아니라 이에 저항하는 레지스탕스 세력도 이 영화 필름을 입수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일본 황태자 부부를 겨냥한 저격, 노인이 된 아돌프 히틀러 총통에 대한 암살 시도, 대립으로 치닫는 독일과 일본 사이의 제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한 노력 등도 나온다.

드라마의 주요 등장인물은 샌프란시스코 주재 일본 고위 관리 타고미 노부스케, 이 도시에 사는 여성 줄리애나 크레인, 그의 남자친구인 프랭크 프링크, 미국 동부를 점령한 대(大) 나치제국의 SS 상급집단지도자(SS-Obergruppenfuehrer) 존 스미스, 그의 부하이며 현장 첩보원인 조 블레이크 등이다.

이 중 줄리애나와 조는 원작 소설에 나오는 비슷한 인물들과 이름은 같지만 성(姓)과 설정이 바뀌었고, 존 스미스는 소설에 나오지 않는 인물이다.

이 드라마는 올해 1월 제1화가 파일럿 프로그램(시험제작판)으로 방영됐으며, 파일럿이 시청자들로부터 매우 좋은 반응을 얻어서 정식 시즌 제작이 이뤄졌다. 제2화는 올해 10월 24일에, 시즌 1의 나머지인 제3∼10화는 11월 20일에 각각 공개됐다.

'높은 성의 사나이'는 아마존이 자체 제작한 시리즈 드라마 중 시청률이 가장 높았으며, 3만1천여명이 참여한 아마존 사이트 리뷰에서는 별점 5점 만점에 4.6점, 8천300여 명이 점수를 매긴 국제영화데이터베이스(IMDb)에서는 10점 만점에 평균 8.4점의 평가를 받았다.

버라이어티, 롤링스톤 등 유력 연예지들도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끌자 관련 기사와 리뷰를 잇따라 쏟아 내면서 독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아마존은 이 드라마를 광고하기 위해 뉴욕 지하철 좌석 일부에 나치 독일과 군국주의 일본의 상징이 포함된 가상의 국기들을 그려 넣었다.

일부 시민들이 이 광고물에 매우 강한 거부감을 드러냄에 따라 아마존은 뉴욕 지하철 관리당국과 협의해 이를 철거키로 했으나, 홍보 효과는 톡톡히 봤다.

이 드라마는 아직은 미국에 거주하는 아마존 프라임 회원만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