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 6월 독일이 점령한 프랑스의 작은 마을 뷔시.

음악을 공부한 프랑스 여인 루실(미셸 윌리엄스)은 냉정한 시어머니 마담 앙젤리에(크리스틴 스콧 토머스)와 전쟁터에 나간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면서 살고 있다.

독일 나치군이 마을로 들이닥치면서 독일 장교 브루노(마티아스 쇼에나에츠)는 이들이 사는 저택에 함께 머물게 된다.

루실은 시어머니의 경고로 처음에는 브루노를 경계하지만, 매일 밤 피아노로 낯선 곡을 연주하는 그에게 점차 끌린다.

전쟁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이자 귀족이라는 신분만으로 시어머니의 감시와 마을 사람들의 질투를 받는 루실은 유일하게 자신의 영혼을 자유롭게 하는 브루노에게 결국 마음을 연다.

오랜 전쟁으로 모든 것이 버거운 브루노는 오직 피아노 치는 일과 루실의 존재만이 위로가 되는 일상 속에서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영화 '스윗 프랑세즈'(Suite Francaise)는 전쟁이라는 환경 속에서 피어난 전쟁 같은 사랑을 그렸다.

모두를 위해 비밀스러워야만 했던 두 남녀의 사랑은 끝나지 않은 전쟁처럼 긴장감을 주며 점차 격렬해진다.

영화는 시선 한 번이 조심스럽고 말 한마디가 금기시됐던 엄혹한 환경을 보여주면서 브루노와 루실의 멈추기 힘든 사랑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착하고 순종적이기만 했던 젊은 여성 루실이 전쟁과 사랑을 계기로 진취적이고 강인한 여성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따라가는 것도 관람 포인트다.

프랑스로 망명한 러시아 출신의 유대인 작가 이렌 네미로프스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시나리오를 각색했다.

미완성 유작인 소설은 원작자가 망명 생활에서 직접 보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구성하고 집필했다.

네미로프스키는 1부 '6월의 폭풍', 2부 '돌체'까지 완성한 뒤 1942년 나치에게 붙잡혀 39세의 젊은 나이에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다. 원고는 50년이 지나고 나서 그녀의 딸이 발견했고, 62년 만인 2004년 처음으로 빛을 보게 됐다.

영화는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는 듯한 진정성을 추구하는 동시에, 선을 넘지 않는 절제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전반적으로 고전적인 느낌이 물씬 배어나는 서정적인 영화로, 곳곳에 흐르는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애틋하고 애절한 드라마와 잘 버무려졌다.

12월 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07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