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BS 다큐프라임 3부작 '녹색동물' 방송화면 캡처
[사진]EBS 다큐프라임 3부작 '녹색동물' 방송화면 캡처

'식물인간' 가사(假死)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그만큼 '식물'은 인간에게 정적이고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오는 18∼20일 오후 9시50분 방송되는 EBS 다큐프라임 3부작 '녹색동물'은 식물이 동물과 같은 욕망을 가졌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동물과 같이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해 스스로 좋은 땅을 선택할 수 없기에 식물은 생존을 위해 더욱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전략을 짠다.

다큐멘터리는 너무 미세하거나, 너무 빨라서 인간의 눈으로는 관찰하기 힘들었던 식물의 생존하려는 욕구, 짝짓기를 하려는 욕구, 굶주림을 벗어나려는 욕구를 인터벌 촬영, 현미경 동영상 촬영, 전자 현미경, 고속카메라 촬영 등을 통해 4K UHD 화면에 담아냈다.

연출을 맡은 손승우 PD는 12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식물도 동물과 똑같이 욕구를 가지고 있고 그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열망을 가진 존재"라며 "자신의 시간대로 보면 식물은 끊임없이, 때로는 굉장히 빨리 움직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작 기간만 2년. 2년여간 호주, 말레이시아, 인도, 베네수엘라까지 13번의 해외로케 촬영이 이뤄졌다.

1부 '짝짓기'는 직접 짝을 찾아 나설 수 없는 식물들이 수분매개자를 유혹하는 모습을 담았다.

세상에서 가장 큰 꽃을 피우는 '타이탄아룸'은 7년에 단 한번 48시간동안 꽃을 피우고 짝짓기를 도와줄 파리를 유혹하기 위해 향기가 아닌 썩은 시체 냄새를 풍긴다. 호주 남서부에 서식하는 '해머 오키드'는 크기만 다를 뿐 이 지역에 서식하는 타이니드 말벌 암컷과 똑같은 모습으로 수컷을 유혹한다.

2부 '번식'은 씨앗을 내놓기 위해 산불 속에서도 살아남는 '자이언트 세콰이어' , 비가 내리면 어미식물로부터 여러갈래로 갈라진 뒤 스스로 땅을 파고들어가는 '국화쥐손이' 등 번식을 위한 식물들의 강한 욕구를 보여준다.

3부 '굶주림'은 척박한 환경에서 식물들의 생존 전략을 살핀다. 냄새로 사냥하는 기생식물 '실새삼', 햇빛을 받기 위해 스스로 잎에 구멍을 내는 '라피도포라' 등 식물들의 기발하고 처절한 생존방법을 통해 '동물적인' 식물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손 PD는 "20여년 전 BBC가 제작된 다큐멘터리 이후 식물을 중심으로 다룬 다큐멘터리는 전무하다시피 했다"며 "식물의 역동적인 모습을 통해 식물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것이 이 다큐멘터리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오후 9시 50분에 EBS 1TV를 통해 방송되며 뮤지컬배우 정성화가 내레이션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