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의 전말은…'빅 쇼트'

KSTARS 기사입력 2016.01.18 12:09 PM
[사진]영화 '빅 쇼트' 스틸컷
[사진]영화 '빅 쇼트' 스틸컷

2008년 9월 15일 미국의 4대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가 파산신청을 했을 때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리둥절했다.

미국에서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다음으로 큰 금융회사가 속절없이 무너질 것이라고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리먼브러더스의 부채규모는 6천130억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600조가 훌쩍 넘는 규모로, 그해 우리나라 예산(257조)의 두배 이상 되는 규모였다.

부시 행정부의 2인자인 딕 체니 부통령은 후일 2008년 금융위기를 두고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 '빅 쇼트'에서 들려주는 금융위기의 전말은 이와 달랐다.

극중 인물의 대사처럼 금융기관이 위기를 모를 정도로 무능했거나 아니면 알고서도 사기를 친 것 둘 중의 하나다.
영화는 주택시장의 붕괴에 베팅한 월가의 괴짜 투자자 4명의 시선으로 금융위기의 진행과정을 따라가면서 결국 후자임을 보여준다.

중소 규모 캐피털회사 대표인 마이클 버리(크리스찬 베일), 대형 IB의 자회사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 마크 바움(스티브 카렐), 지방에서 중소펀드사를 운영하는 젊은 투자자 제이미(핀 위트록)와 찰리(존 마가로)가 주택시장 하락을 예측한 월가의 이단아다.

이들은 나름의 근거와 확신을 갖고 주택시장의 붕괴에 거액을 투자한다. 영화 제목의 '쇼트'(short)는 하락하는 쪽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택시장의 위기가 아직 본격화하기 이전인 2006년에 투자한 탓에 이들은 월가의 금융인들에게 비웃음을 사고, 이들 중 일부는 투자자들에게 소송당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위기는 터졌고, 이들의 판단이 맞았다. 주택과 금융시장은 무너졌고 이들은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2000년대 중반 진행된 금융위기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당시 금융위기의 열쇳말은 '서브프라임모기지'라 불리는 비우량주택담보대출과 증권화(securitization)이다.

비우량주택담보대출은 신용도가 높지 않은 이들이 주택을 구매할 때 빌려주는 돈을 말한다.

주택시장의 활황이 이어지자 은행들은 비우랑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을 늘렸다.

빌린 사람으로서는 집값이 계속 오르는 한 이자를 내는 데 큰 부담이 없었고, 은행은 대출을 주택저당증권(MBS)으로 증권화해 대출에 따른 위험을 털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은행이 주택구입자에게 만기 30년짜리 대출을 해준다고 했을 때 예전에는 은행이 30년간 원리금을 꼬박꼬박 받아야 했지만, 지금은 이런 주택담보대출을 바탕으로 한 MBS를 다른 금융기관에 팔아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됐다.

채무자가 돈을 안 갚을 위험은 MBS를 산 금융기관이 지게 된다.

책임질 일 없이 수익을 내는 구조는 도덕적 해이로 이어지기 마련. 이른바 '묻지마' 대출이 횡행하게 된다.

수입도 없고(No Incom), 직업과 자산이 없는(No Job & Asset) 이들에게까지 대출해준다고 해서 '닌자(NINJA) 대출'이라는 용어가 생겨날 정도였다. 영화에서 마크 바움이 주택시장의 실태조사 차 모기지 중계인을 만났을 때 '닌자 대출'이 언급된다.

주택시장의 단순한 거품을 금융시장 전반의 '핵폭탄'으로 키운 것은 증권화다.

월가의 수학 천재들은 MBS를 또다시 증권화해 '부채담보부증권'(CDO)을 만들었다.

문제는 기초자산인 MBS가 불량해도 그 MBS를 기초자산으로 한 CDO는 최상급 상품으로 둔갑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복잡한 수학적 모델링과 몇 가지 낙관적인 가정이 전제된다. 이 가정이 조금만 비관적이 되면 CDO라는 상품이 불량해질 수 있지만 아무도 이런 가정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CDO란 상품이 복잡해 위험도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고, CDO의 위험성을 판단해야 할 신용평가사들이 CDO를 발행하는 투자은행(IB)들과 결탁했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는 금융상품의 등급을 매기고 그에 따른 수수료를 받아 운영된다. 등급을 '짜게' 매기면 IB가 자신과의 거래를 끊을 수 있어 신용평가사들이 대형 IB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또 높은 신용등급을 줄수록 수수료를 많이 받는 구조로 돼 있다.

영화에서 마크 바움이 신용평가사 관계자와 면담하는 장면에서 신용평가사와 대형 IB간 이 같은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난다.

'빅 쇼트'는 일종의 고발 영화다. 월가를 '탐욕스러운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활용하는 다른 영화와 달리 이 영화는 현실 세계의 월가로 재현한다.

현실의 월가를 그린 탓에 금융업계 용어를 알지 못하면 영화를 쫓아가기 쉽지 않지만 2000년대 이후 세계 경제를 뒤흔든 금융위기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궁금한 관객이라면 한번쯤 볼만하다.

감독은 이 영화의 이해도를 높이고자 마고 로비, 셀레나 고메즈,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 박사, 세계적인 셰프 안소니 부르댕 등을 카메오로 등장시켜 전문 용어를 설명하는 장면을 영화 중간에 삽입하기도 했다.

21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1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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