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만의 잔치'로 전락한 아카데미 영화 시상식이 내년부터 다양성을 확보하는 쪽으로 확 바뀔 전망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지역 일간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따르면,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최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51명으로 구성된 운영이사회를 19일에 열어 시상식 투표권자는 물론 수상 후보의 인종별 스펙트럼을 넓힐 새 투표 방식을 도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는 2년 연속 백인이 주요상 후보를 독식한 탓에 곳곳에서 비난이 쇄도한 데 따른 것이다.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영화제 TV 시청률이 하락하고, 방송사에 중계권을 팔지 못하면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주최 측의 절박한 사정도 투표 방식 변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유명 흑인 영화감독인 스파이크 리와 흑인 배우 윌 스미스의 아내이자 배우 겸 가수인 제이다 핑킷 스미스는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의 탄생일을 기린 지난 18일, 올해 오스카상 시상식에 참석하지도, 시청하지도 않겠다고 선언해 아카데미상 보이콧 움직임에 불을 붙였다.

AMPAS는 최우수작품상 후보를 해마다 10편으로 늘리거나 남녀 주연·조연상 후보 수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또 영화계의 유망한 인재들을 새로운 회원으로 초청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 영화계 최대 축제로 불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작 또는 수상자는 배우, 제작자 등 영화계에 종사하는 회원 6천261명의 투표로 결정된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2012년 분석한 AMPAS 회원 현황을 보면, 회원의 94%가 백인, 77%가 남성, 54%가 60세 이상일 정도로 다양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AMPAS는 노쇠화한 회원층을 쇄신하고자 수년간 영화계에서 활동하지 않은 회원들의 자격을 박탈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오스카상은 지난해 소수계를 완전히 배제한 채 20명의 주요 수상 후보를 모두 백인으로 채워 논란을 자초했다. '지나치게 백인만을 위한 오스카'(OscarSoWhite)라는 해시 태그가 소셜 미디어를 덮었다.

윌 스미스, 새뮤얼 L 잭슨 등 각종 영화에서 열연한 흑인 배우들이 올해에도 또 후보에서 제외되자 오스카상을 향한 비판이 극에 달했다. 일부 흑인 인권 활동가들은 올해 오스카상의 진행자인 흑인 배우 겸 코미디언 크리스 록에게 자진 하차를 종용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