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조이' 스틸컷
[사진]영화 '조이' 스틸컷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있다. 남편과는 이혼했지만 친한 친구로 지낸다. 전 남편은 심지어 그의 집 지하실에서 산다.

그의 부모도 이혼했다. 하지만 부모 모두 그와 함께 산다. 아버지는 전 남편과 결혼할 당시 어차피 이혼할 거 결혼하지 말라고 악담했다.

그는 34세에 어떤 가정용품을 고안, 시제품을 만든다. 그의 발명품은 곧 불티나게 팔리고 그는 자수성가한 사업가가 된다.

거짓말 같은 이야기이지만 실화다. 주인공은 발명가이자 사업가인 조이 망가노(Joy Mangano)다.

그의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 '조이'를 연출한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은 한매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실화는 언제나 허구보다 기이한 법"이라고 밝혔다.

러셀 감독은 "픽션은 꼭 이치에 맞아야 하지만 실화는 그렇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이의 아버지 차고 작업장 옆에 사격장이 있었던 것도, 전 남편이 가수였으며 조이의 집 지하실에서 살면서 노래로 그에게 영감을 줬고, 이혼 후 친한 친구로 남았던 것도 다 실화"라고 소개했다.

그는 영화의 절반 정도를 조이 망가노의 실화에 기반을 둔다고 하는데 어떤 것이 사실이고 어떤 것이 허구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그의 실제 삶이 허구 같아서다.

조이는 1978년 페이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자마자 곧 결혼했다. 그의 결혼생활은 1989년에 막을 내렸다. 남편과의 사이에 세 자녀가 있다.

대학 졸업 후 웨이트리스, 항공사 예약담당 직원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다가 1990년 이른바 '미라클 몹'을 고안해 시제품을 만들었다. 스스로 짜지는 대걸레다.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미라클 몹'을 팔다가 1992년에 우연히 QVC라는 홈쇼핑에 위탁판매하게 됐다.

처음에는 판매가 신통치 않았다. QVC 측은 조이에게 재고품을 가지고 가라고 했다. 그는 이를 거절하고 오히려 자기가 직접 출연해 제품을 설명할 기회를 달라고 QVC 측에 요구했다.

이 제품을 발명할 당시 심정과 이 제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면 충분히 팔릴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에서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그가 QVC에서 직접 제품을 설명하자 미라클 몹은 20분 만에 1만8천개가 팔려나갔다. 제품명과 같은 기적이 일어났다.

1995년에 미라클 몹의 한 해 판매량은 100만개가 넘어섰고, 조이가 설립한 '창의력이 풍부한 디자인'(Ingenious Designs)이란 회사의 대표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러셀 감독은 이런 조이의 삶에서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조이의 어린 시절부터 보여주고 크면서 꿈에서 점점 멀어지다가 다시 쟁취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결코 쉽지는 않지만 꿈을 위해 투쟁해야 한다는 것을."

감독의 말처럼 누구나 어릴 적에 꿈이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여러 좌절을 겪다 보면 그 꿈을 잃는다.

조이는 달랐다. 남편과 이혼하고 세 자녀를 힘들게 키우던 34세에 발명가의 꿈에 도전했다. 무모해 보일 수 있는 그의 시도는 여러 좌절을 겪었지만 결국 성공했다.

러셀 감독은 "조이는 문제들을 극복하고 강해졌다. 그 모든 과정을 거쳐 지금의 조이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셀 감독은 영화에서 조이라는 개인에 집중하기보다는 가족 관계 속의 조이를 그려낸다. 전작에서 보인 그의 인간관이 이번 영화에서도 재연됐다.

전작인 '파이터'(2010)에서는 권투선수인 주인공 미키뿐 아니라 그의 엄마, 형, 누나들까지 중요하게 그려지고, '실버라이닝 플레이북'(2012)에서는 팻 솔라타노와 티파니라는 두 남녀를 그들의 가족과 떼어내서 볼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가족이 긍정적으로 다뤄지는 것만은 아니다.

영화 '조이'에서 조이의 어머니는 현실에 도피해 TV 드라마에 빠져 산다. 아버지는 이혼 후 여러 여자 친구를 사귄다. 전 남편은 결혼 당시 노래만 좋아할 뿐 살림살이에 무신경했다.

러셀 감독은 "결함 있는 캐릭터들을 좋아한다. 웃음을 주는 동시에 가슴을 찡하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다"며 "막장 구조에서 드러난 인간미와 열정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의 사랑이 조이를 만들었고 또 가족의 문제도 조이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관객들이 알게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영화 '조이'는 '데이비드 러셀 사단'이라고 불릴 수 있는 제니퍼 로런스, 브래들리 쿠퍼, 로버트 드 니로 등이 한 스크린에서 다시 볼 수 있는 재미도 있다.

'조이'의 프로듀서 켄 목이 국내 개봉을 앞두고 다음달 1일 방한해 홍보활동을 벌인다.

3월 10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124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