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앞에서 당연했던 스포츠 경기 시청이 이제는 여러 OTT 구독을 요구하는 '유료 관람'으로 변모하며 국민적 관심이 높은 '보편적 시청권'이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인기 스포츠 중계권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으로 집중되면서 이용자들의 복수 구독 부담이 가중되고, '보편적 시청권' 보장 문제가 오늘 다시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했다. 지상파에서 OTT로의 스포츠 콘텐츠 이동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국내외 주요 OTT 사업자들은 가입자 유치를 위해 스포츠 콘텐츠 확보 경쟁에 그야말로 '올인'하는 모습이다. 쿠팡플레이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국가대표 축구 경기,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를 독점 서비스하며 축구 팬들의 필수 앱으로 자리매김했다. 티빙은 한국야구위원회(KBO) 리그 유·무선 온라인 중계권을 확보하며 야구 팬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도 스포츠 중계권 확보 경쟁은 더욱 뜨겁다. 넷플릭스는 미국프로풋볼(NFL) 경기와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 중계권 확보를 추진 중이며,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이미 NFL 일부 경기 중계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OTT 사업자는 스포츠 중계권 확보 후 폭발적인 가입자 증가 효과를 경험하고 있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금을 회수하고 콘텐츠 차별화를 위해서는 독점 중계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OTT 업계의 일관된 입장이다.
하지만 열광적인 팬덤만큼이나 이용자들의 불만도 폭주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축구는 쿠팡플레이, 야구는 티빙, 해외 스포츠는 또 다른 플랫폼을 봐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즐겨 보던 경기를 보기 위해 여러 OTT를 복수 구독해야 하는 경제적, 정신적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방송법은 월드컵,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국민적 관심이 높은 주요 스포츠 행사에 대한 '보편적 시청권'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지상파·유료방송 중심의 제도로, 급변하는 OTT 시청 환경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문제는 최근 2026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을 보유한 JTBC와 지상파 방송사 간 재판매 협상이 진행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민적 관심사인 월드컵조차 OTT 시대에는 보편적 시청권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이에 국회에서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를 중심으로 OTT 사업자도 올림픽, 월드컵 등 국민관심행사의 중계방송권 협의체와 공동계약, 재판매 권고 대상에 포함되도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이 논의 중이다. 스포츠 콘텐츠를 공공재로 봐야 한다는 보편적 시청권 옹호론과 막대한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OTT 업계의 독점 중계 불가피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유럽 등 일부 해외 국가에서는 주요 스포츠 이벤트를 '보호 목록'으로 지정해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국내 논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OTT가 일상화된 2026년, 국민적 관심이 높은 스포츠 콘텐츠를 어디까지 '보편적으로'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단순히 시청의 문제를 넘어 미디어 산업의 미래와 공공성이라는 중대한 가치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방송법 개정안의 향방과 정부의 미디어 정책 방향에 따라 대한민국 스포츠 시청 환경의 지형이 재편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