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동안 철옹성처럼 이어져 온 '월드컵 외국인 감독 무관' 징크스. 역대 최다인 26개국이 외국인 사령탑을 내세운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과연 이 금기가 깨질 수 있을까? 개막을 이틀 앞둔 6월 10일,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930년 첫 대회부터 지난 22회 월드컵까지, 외국인 감독이 이끈 나라는 단 한 번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최고 성적은 1958년 스웨덴 대회의 조지 레이너 감독이 이끈 스웨덴과 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의 에른스트 하펠 감독이 지휘한 네덜란드의 준우승이었다. 아시아 축구의 새 역사를 쓴 2002년 거스 히딩크(한국), 2006년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포르투갈), 2018년 로베르토 마르티네스(벨기에) 감독 또한 팀을 준결승까지 이끌었지만, 끝내 징크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처럼 견고했던 '외국인 감독 무관' 기록은 이번 23회 북중미 월드컵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오는 6월 12일 개막하는 이번 대회는 그야말로 역대급 변수의 향연이다. 참가 48개국 중 절반이 넘는 26개국(54%)이 외국인 감독의 지휘를 받는다. 이는 4년 전 카타르 대회(32개국 중 9개국, 28%) 대비 무려 26%포인트나 증가한 파격적인 수치다. 역대 그 어떤 월드컵에서도 볼 수 없었던 외국인 사령탑의 거센 물결에 축구계는 물론 팬들 역시 흥분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조차 이번 대회의 파급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FIFA는 「외국인 지도자가 이끄는 26개국 중 FIFA 랭킹 상위 25위 안에 드는 곳이 10개국이나 된다. 도박사들이 예상하는 우승 후보와 다크호스가 여럿 포함돼 있다」며 96년 동안 이어진 금기가 깨질 가능성이 가장 큰 대회일지 모른다고 전해 기대를 증폭시켰다. 현재 FIFA 랭킹 4~6위인 잉글랜드, 포르투갈, 브라질 모두 외국인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는 점은 이러한 전망에 더욱 힘을 싣는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는 1966년 자국 우승 이후 60년간 무관의 한을 풀기 위해 독일 출신 토마스 투헬 감독을 세 번째 외국인 사령탑으로 선임하며 절치부심하고 있다. '삼바 축구'의 최다 우승국 브라질 역시 2002년 이후 우승컵을 들지 못하자, 역사상 처음으로 이탈리아 출신 명장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며 왕좌 탈환을 염원한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필두로 스타 플레이어가 즐비한 포르투갈은 스페인 출신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과 함께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을 노린다. 이들 우승 후보들이 과연 징크스를 깨고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징크스가 깨지지 않을 가능성 또한 만만치 않다.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스페인, 프랑스 등 FIFA 세계랭킹 1~3위 팀들은 모두 자국 출신 감독이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FIFA는 1992년 세계랭킹 도입 이후 월드컵 우승팀이 개막 당시 랭킹 3위 안에 들지 못한 경우가 1998년 프랑스(18위), 2006년 이탈리아(13위), 2018년 프랑스(7위) 세 번뿐이었다는 점을 들어 지나친 기대를 경계했다. 이는 상위 랭킹 팀, 즉 자국 감독이 이끄는 팀의 강세가 여전히 월드컵을 지배할 수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역사적 변수가 가득한 제23회 북중미 월드컵. 96년 동안 이어져 온 '외국인 감독 무관' 징크스가 깨지며 새로운 역사가 쓰일지, 아니면 세계 랭킹 상위권을 지키는 자국 감독의 강세가 여전할지, 개막을 이틀 앞둔 지금, 전 세계 축구 팬들의 기대와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