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허수아비'가 연쇄살인범 이용우의 정체를 드러내며 안방극장에 유례없는 긴장감을 선사했다. 극의 중심에서 서늘한 공포를 견인한 인물은 바로 배우 정문성이다. 그는 단순한 범죄자를 넘어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기괴한 파괴성과 뒤틀린 욕망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시청자를 압도했다.
그간 '허수아비' 속 이용우는 베일에 싸인 존재였다. 하지만 정체가 밝혀지는 과정에서 정문성은 서늘한 눈빛과 표정만으로 공기마저 얼어붙게 만드는 존재감을 발휘했다. 특히 살인을 하나의 '예술적 행위' 혹은 자신만의 '정의'로 치부하는 소시오패스적 면모를 섬세한 근육의 떨림과 차분한 말투로 표현하며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이는 자극적인 연출에 기대지 않고 오직 연기력만으로 뽑아낸 고밀도의 서스펜스였다.
정문성의 이러한 존재감은 그가 쌓아온 탄탄한 필모그래피에서 기인한다. 무대와 매체를 오가며 스펙트럼을 넓혀온 그는 장르를 가리지 않는 소화력을 증명해왔다. '헤드윅'과 '구텐버그' 등 무대 위에서 뿜어냈던 폭발적인 에너지와 섬세한 감정선은 정문성이라는 배우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또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인간미 넘치는 도재학 선생으로 대중적 사랑을 받았는가 하면, '검은 태양'과 '모범형사2' 등을 통해 선과 악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연기를 선보였다. 이번 '허수아비'의 이용우는 정문성이 가진 '악(惡)'의 스펙트럼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정점이 되었다.
편집자의 관점에서 본 정문성의 연기는 '허수아비'를 단순한 범죄 스릴러 이상의 심리극으로 격상시켰다. 그는 가해자의 서사를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그가 왜 '허수아비'라는 상징 뒤에 숨어 참혹한 일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대중은 이제 '슬의생'의 친근한 도재학을 잠시 잊고 정문성이 구축한 차가운 악의 세계관에 매료되고 있다.
사진=ENA '허수아비' 방송분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