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06 (토)

'파리 여왕' 김유진, 숙적에 무릎...LA 랭킹전 '빨간불'

고진아 기자

'파리 여왕' 김유진이 2028 LA 올림픽 랭킹 레이스의 서막을 알린 그랑프리 무대에서 숙명의 라이벌에게 또다시 무릎을 꿇으며 아쉬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막을 올린 2026 WT 월드태권도 그랑프리 시리즈 1차 대회는 한국 여자 태권도 간판들에게 쓰라린 패배와 함께 치열한 랭킹 경쟁의 시작을 선언했다.

태권도 팬들의 시선이 집중된 여자 57㎏급 결승전에서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유진(울산광역시체육회)은 강력한 우승 후보이자 WT 올림픽 랭킹 1위인 마리아 클라라 파셰쿠(브라질)를 상대로 분전했다. 경기는 이탈리아 로마 포로 이탈리코에서 5일(현지시간) 열렸으며, 김유진은 라운드 점수 0-2(2-6 2-14)로 완패하며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특히 김유진에게 파셰쿠는 단순한 라이벌을 넘어선 '천적'에 가까웠다. 지난해 중국 우시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도 파셰쿠에게 패했던 김유진은 이번 대회에서 설욕을 벼르며 뜨거운 승부를 예고했으나, 아쉽게도 정상의 문턱을 넘지 못하며 팬들에게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파리 올림픽 챔피언의 자존심을 건 재도전은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뒤이어 여자 67㎏급에서도 한국의 기대주 홍효림(용인대)이 메달 사냥에 나섰다. 홍효림은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현 랭킹 1위인 비비아나 마르톤(헝가리)과 준결승에서 맞붙었다. 세계 최강의 면모를 보여준 마르톤에게 홍효림은 라운드 점수 0-2(12-16 4-10)로 패하며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강력한 우승 후보들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기량을 선보이며 한국 여자 태권도의 미래를 밝힌 홍효림의 분투는 팬들의 박수갈채를 받기에 충분했다.

'파리 여왕' 김유진, 숙적에 무릎...LA 랭킹전 '빨간불'
[사진=연합뉴스]

이번 로마 그랑프리 1차 대회는 단순한 경기를 넘어,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을 향한 본격적인 랭킹 경쟁의 첫 시험대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2023년 영국 맨체스터 파이널 대회 이후 무려 3년 만에 재개된 WT 월드태권도 그랑프리 대회는 세계 52개국에서 온 255명의 최정상급 선수들과 난민팀이 참가해 태권도계의 '별들의 전쟁'임을 여실히 증명했다. 우승자에게는 LA 올림픽 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랭킹 포인트 60점과 함께 5천달러(약 780만원)라는 상당한 상금이 주어졌다. 아쉽게 금메달을 놓친 은메달리스트에게는 3천달러, 동메달리스트에게는 1천달러의 상금이 부여돼 선수들의 뜨거운 승부욕을 더욱 불태웠다.

명실상부한 최고 수준의 무대에서 세계 각국의 강자들이 치열한 기량 대결을 펼치며 일찌감치 LA 올림픽을 향한 전운을 고조시켰다. 한국 여자 태권도는 간판들의 은메달과 동메달 소식으로 아쉬움을 삼켰으나,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 태권도의 상향 평준화와 강력한 라이벌들의 등장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파셰쿠, 마르톤과 같은 세계 랭킹 1위 선수들의 아성은 여전히 견고했으며, 이들을 넘어서기 위한 한국 대표팀의 전략적인 분석과 철저한 준비가 절실함을 보여주었다.

이번 로마 그랑프리는 2028 LA 올림픽을 향해 나아가는 한국 여자 태권도의 현재 위치를 냉철하게 점검하고 보완점을 찾는 중요한 시험대였다. 김유진과 홍효림의 아쉬운 성적은 앞으로 2년여간 펼쳐질 랭킹 레이스가 얼마나 치열하고 예측 불가능할지 예고하며, 태권도 팬들의 심장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한국 태권도 간판들이 다음 그랑프리 무대에서는 어떤 반전 드라마를 써내려갈지, 전 세계 태권도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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