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가 K팝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등 대형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뉴욕과 서울 등지에서 컴백 홍보 행사를 진행하며 미국 빌보드 차트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K팝의 글로벌 경쟁력 심화와 함께 국내 플랫폼의 경쟁력 약화라는 과제를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등 최정상급 K팝 아티스트들이 최근 잇따른 컴백을 통해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확고히 하는 가운데, 이들과 손잡은 글로벌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가 K팝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 글로벌 무대 겨냥한 K팝 아티스트, 스포티파이와 협력 강화
방탄소년단은 최근 5집 '아리랑'(ARIRANG)의 첫 미국 무대를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스포티파이 X BTS : 스윔사이드' 행사를 통해 선보였다. 지난 2022년 4월 라스베이거스 콘서트 이후 4년 만에 완전체로 진행된 이 행사는 스포티파이가 선정한 1천 명의 팬들 앞에서 타이틀곡 '스윔'(SWIM) 등 신곡 무대를 공개하는 자리였다. 이는 K팝 아티스트들이 글로벌 팬들과 직접 소통하고 신곡을 홍보하는 주요 채널로 스포티파이를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블랙핑크 역시 지난 2월 새 미니앨범 '데드라인'(DEADLINE) 발매를 기념해 스포티파이와 협력하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청음회 등 특별한 이벤트를 개최했다. 한국 전통문화의 상징적인 장소인 국립중앙박물관을 블랙핑크의 상징색인 분홍빛으로 물들인 행사는 K팝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박물관 내 유물에 마련된 QR 코드를 통해 스포티파이에서 블랙핑크 멤버가 직접 녹음한 음성 해설을 들을 수 있도록 하여, 전통과 현대의 결합이라는 독창적인 홍보 방식을 선보였다.
이러한 아티스트들의 행보는 K팝이 더 이상 국내 시장에 국한되지 않고 미국 빌보드 등 서구권 주류 음악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미국 빌보드 차트의 경우, 유효 다운로드 횟수 반영 기준이 축소되고 유튜브 데이터가 차트 집계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스트리밍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이에 따라 K팝 팬들과 기획사들은 스포티파이의 '데일리 톱 송 글로벌'(글포티) 및 '데일리 톱 송 미국'(미포티) 차트를 노래의 인기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로 주목하고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미국 빌보드 차트 집계 시 스포티파이의 비중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유튜브 데이터가 빠지면서 스포티파이가 K팝이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주요 루트가 되었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체급이 있는 K팝 가수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빌보드 차트다. 앨범 발매나 뮤직비디오 공개 시점 등 모든 것이 이를 고려해 정해진다. 미국이나 유럽 시장은 실물 음반보다 스트리밍이 중요하며, '핫 100' 차트에 반영되는 에어플레이(라디오 방송 점수)는 한국에서 뚫기 어렵다는 점도 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방탄소년단이 소속된 하이브는 지난달 스포티파이에 K팝 콘텐츠를 선보이는 비디오 팟캐스트를 개설했다. 에스파, 스트레이 키즈, 실리카겔 등 다수의 유명 아티스트 역시 스포티파이와 협력하여 팝업 스토어나 공연 등 다양한 오프라인 이벤트를 진행하며 글로벌 팬들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스포티파이 코리아 뮤직부문 총괄인 한준혁 씨는 "스포티파이는 단순히 음악을 듣는 플랫폼을 넘어 팬과 아티스트를 더 가깝게 연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앱 내 참여형 경험과 오프라인 이벤트를 통해 아티스트들이 컴백 활동을 글로벌 모멘텀으로 만들어 가도록 돕고 있다"고 밝혔다.
▲ K팝 시장 내 스포티파이의 영향력 증대와 국내 플랫폼의 과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 음악 이용자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스포티파이는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 부문에서 5.2%의 점유율로 5위를 기록했다. 이는 절대적인 수치만으로는 국내 플랫폼이 우위에 있을 수 있지만,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와 같은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수년간의 공백을 깨고 신곡 홍보를 위해 국내 플랫폼이 아닌 스포티파이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스포티파이가 K팝 시장에서 단순 점유율 이상의 중요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음을 방증한다.
2008년 출범한 스포티파이는 2021년 2월에야 정식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5년 만에 K팝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해왔다. 이는 K팝이 전 세계적인 대중문화를 선도하며 글로벌 팬들과의 연결을 중요시하는 장르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총괄은 "아티스트들은 컴백과 동시에 글로벌 팬들에게 즉각 도달할 수 있는 플랫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스포티파이는 180개 이상의 시장에서 서비스되고 있어 음악이 공개되는 순간부터 전 세계 팬들과 만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음원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매년 점유율 하락을 겪고 있는 국내 플랫폼의 위기감 또한 고조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공정한 음악산업 유통환경 조성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가요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한 전문가는 "한국은 MP3를 선도적으로 들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 나라이며, 초기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는 스포티파이보다 훨씬 빨랐다"고 언급하며, "하지만 이를 글로벌 서비스로 키울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나 장기 전략이 부재했기 때문에, 현재 한국 음악은 세계적으로 성공하고 있지만 정작 플랫폼은 해외 것을 쓰는 상황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한국 음악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알려져 있지만, 한국에서 만든 플랫폼은 해외에서 사용되지 않거나 존재감이 없다"며 "국내 플랫폼이 국내 시장에만 머무르는 것이 가장 큰 취약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분석은 K팝의 성공 뒤에 가려진 국내 음악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며, 국내 플랫폼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