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적인 공간인 '화장실'을 통해 우리 시대의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한국을 넘어 전 세계 평단까지 사로잡은 명품 다큐멘터리 '화장실 전쟁'이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EBS 박혜민 PD의 '다큐프라임-싸느냐, 참느냐 화장실 전쟁'(49분)은 올해 한국PD대상 TV 시사다큐 부문 작품상과 권위 있는 휴스턴 국제영화제 단편 다큐 부문 대상을 동시에 석권하며 그야말로 'K-다큐'의 위상을 드높였다. 박혜민 PD는 예상치 못한 쾌거에 「가짜뉴스인 줄 알았다」며 겸손하면서도 솔직한 소감을 밝혀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단순한 생리 현상을 넘어 '생존의 문제'로 화장실을 정의한 그의 시선에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박 PD는 KSTARS와의 인터뷰에서 '싸느냐 참느냐의 문제가 단순한 개인의 불편함을 넘어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곧 생존의 문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기관사, 건설 현장 노동자, 도시가스 검침원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소외 계층이 화장실 이용에 겪는 어려움이 사실은 노동 인권 침해이자 차별의 심각한 현실임을 날카롭게 고발했다. 이들의 일상이 우리가 외면했던 '화장실 권리'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다.
'화장실 전쟁'은 국경을 넘어 인류 보편의 문제로 시야를 확장했다. 전 세계 인구 절반 가까이가 화장실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11월 19일이 '세계 화장실의 날'로 지정되어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박 PD는 「화장실은 단순히 생리 현상을 해결하는 공간을 넘어 개인의 존엄성과 건강권, 그리고 사회적 인권이 집약된 문제」라고 강조하며 '모두를 위한 화장실'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이처럼 광범위하고 묵직한 주제를 다루게 된 계기는 뜻밖에도 박 PD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지난해 여름, 에어컨 설치 기사가 주택가에서 화장실 사용을 망설이던 표정을 잊을 수 없다고 고백했다. 「가장 사적인 공간인 화장실이 타인의 눈치를 봐야 하는 노동 인권의 최전선이자 사회적 차별을 드러내는 공론장이 된 역설적인 상황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다큐 제작의 강력한 동기가 되었음을 밝혔다.
'화장실 전쟁'이 불러일으킨 사회적 공감대와 뜨거운 반향은 박 PD에게 새로운 도전을 안겨주었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불법 촬영 문제, 성소수자와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들이 겪는 화장실 이용의 어려움까지 아우르는 '모두의 화장실' 이야기를 2부작으로 제작하고 싶다」는 가슴 벅찬 포부를 밝혔다. 전작의 성공을 발판 삼아 더욱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할 2부작에 벌써부터 팬들의 기대감이 폭발하고 있다.
박혜민 PD는 '싸느냐 참느냐'는 고민이 결국 「싸우느냐 참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더 이상 참지 말고 목소리를 내달라」고 강조하며, 과거 약자들의 투쟁으로 조금씩 얻어져 왔지만 여전히 완성되지 않은 '화장실 권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화장실 전쟁'이 우리 사회에 던진 질문과 뜨거운 울림은 현재 진행형이다. 다큐멘터리가 촉발한 변화의 바람과 함께, 곧 찾아올 2부작이 또 어떤 감동과 화두를 던질지 KSTARS는 계속 주목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