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인공지능(AI)이 죽은 이들을 재현하며 상실감을 달래는 사업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오는 6월 10일 개봉하는 신작 '상자 속의 양'을 통해 '죽은 사람을 마음대로 이용하는 것이 괜찮은가'라는 첨예한 윤리적 질문을 던진다.
고레에다 감독의 신작 '상자 속의 양'은 중국에서 AI 기술로 죽은 사람을 구현해 상실감을 달래는 사업이 인기를 끈다는 기사를 접한 뒤 윤리적 위화감을 느끼며 제작을 결심한 작품이다. 그는 '본인 마음이 편하기 위해 죽은 사람을 마음대로 이용하고 부활시키는 게 괜찮냐는 윤리적 질문에서 출발했다'며 이 시대가 직면한 딜레마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영화는 2년 전 아들 카케루를 잃은 오토네(아야세 하루카 분)와 켄스케(다이고 분) 부부가 '리버스'라는 서비스를 통해 죽은 아들을 닮은 휴머노이드(구와키 리무 분)를 가족으로 맞이하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그린다. 고레에다 감독은 영화 속 대사 ''죽은 사람은 누구의 것인가''에 자신의 핵심 메시지를 담았다고 밝혔다. 그는 '죽은 사람은 어디까지나 죽은 사람의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런 기술은 사람의 이기심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냐'고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아버지를 갑자기 여읜 경험이 있는 고레에다 감독에게도 이 질문은 개인적인 한으로 남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자 속의 양'은 지난달(5월) 열린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박찬욱 감독과의 유쾌한 에피소드도 화제가 됐다. 고레에다 감독은 박 감독의 미소가 마치 봉준호 감독에게 향한 듯 느껴져 손을 내렸다는 재치 있는 일화를 전하며 현장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달궜다.
고레에다 감독의 열정적인 작품 활동은 계속된다. 그는 차기작으로 후지모토 다쓰키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룩백' 제작을 준비 중이며, 그 이후에는 세계적인 배우 에디 레드메인과 함께 하는 영어 영화까지 기획하고 있어 팬들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상자 속의 양'은 단순히 AI 기술의 발전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기술이 인간의 슬픔과 상실감에 개입할 때 우리가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진정한 치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고레에다 감독의 시선은 2026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기술 만능주의를 넘어선 인간 본연의 윤리적 성찰과 슬픔을 마주하는 용기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