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일상적인 공간, '화장실'을 통해 '생존의 문제'와 '보편적 인권'을 날카롭게 조명하며 올해 한국PD대상과 휴스턴 국제영화제 대상을 동시에 거머쥔 박혜민 PD의 EBS 다큐프라임 '싸느냐, 참느냐 화장실 전쟁'이 국내외 평단과 시청자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박혜민 PD의 49분 분량 다큐멘터리 '싸느냐, 참느냐 화장실 전쟁'이 2026년 한국PD대상 TV 시사다큐 부문 작품상과 제59회 휴스턴 국제영화제 단편 다큐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연일 화제다. 작품은 기관사, 건설 현장 노동자, 도시가스 검침원 등 우리 사회 소외 계층이 일터에서 겪는 화장실 이용 불편을 통해 노동 인권과 차별 실태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박 PD는 화장실 문제를 단순히 불편함을 넘어 '생존의 문제'로 재정의하며 보편적 인권의 핵심으로 끌어올렸다.
이 파격적인 다큐의 영감은 박 PD 본인의 경험에서 시작됐다. 그는 작년 여름, 에어컨 설치 기사로 일하며 배관 작업 중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해 곤경에 처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야 하는 곳인데, 누군가에게는 매번 '싸느냐, 참느냐'를 고민해야 할 정도로 쉽게 허락되지 않는 공간이더라고요'라는 박 PD의 이야기는 수많은 노동 현장의 숨겨진 고통을 대변했다. 실제 다큐는 기관사가 운행 중 화장실 이용의 어려움으로 방광염에 시달리거나, 건설 현장 노동자들이 멀리 떨어진 간이 화장실조차 없어 불편을 감수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문제의 심각성을 부각했다.
단 49분이라는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싸느냐, 참느냐 화장실 전쟁'이 국내외 평단과 시청자의 폭넓은 공감을 얻은 비결은 '화장실 문제'가 국경을 초월한 보편적 인권 문제임을 일깨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화장실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며, 매년 11월 19일 '세계 화장실의 날'이 지정될 정도로 전 세계적인 관심이 필요한 사안이다. 박 PD는 '화장실'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밀한 공간이 사실은 '차별과 사회적 권력이 크게 작동하는 공간'이라는 통찰을 제시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성찰을 요구했다. 그는 ''싸느냐, 참느냐'의 문제도 삶과 죽음을 고뇌할 만큼 가볍지 않은, 생존의 문제라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박 PD는 다큐 제작 과정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다양한 이야기들에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불법 촬영 문제, 성소수자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겪는 화장실 이용 불편 등 심층적으로 다뤄야 할 주제가 많다며 2부작 제작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화장실 권리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화장실은 단순한 생리 현상을 해결하는 공간이 아니라, 인간 존엄성을 지키는 보편적 권리의 상징임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우리 사회가 이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내 힘을 보탤' 연대의 중요성을 촉구하는 그의 외침은 2026년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



